물질적 가치를 뛰어넘어서 단순 일만이 아닌, 삶 전체를 돌본 길드들의 형제회
물질적 가치를 뛰어넘어서 단순 일만이 아닌, 삶 전체를 돌본 길드들의 형제회
오늘날에 국가 재정 가운데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사회복지 분야입니다. 선진국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복지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관심사입니다. 이러한 사회복지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회복지 관련 학자들은 길드의 상호부조 형태로서 원시적이지만 사회복지가 실현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상호부조란 같은 지역이나 같은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로서 구성원 중 누군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상호간 도와주는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가 이토록 복지에 관심이 많고 그 중요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사내 복지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 조차 사내 복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신경써주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중세에는 이런 일들이 가능했을까요?
애초부터 길드의 구성원이 된 사람들은 자본을 이용한 지배가 아닌 수공업을 영위함으로써 살기 위한 목적으로 동료들과 함께 동업조합을 형성했습니다. 즉, 그들은 현대 산업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는 매우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길드를 설립했고, 길드는 단지 이윤창출이나 자본을 위한 도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의 다양한 필요에 대한 반응들이 나타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남자 형제회도 조직하였는데, 남자 형제회는 일종의 생활 공동체로 중세 말에는 수공업 조합 내의 평등을 이유로 여성들도 가입했습니다.
10세기 후반에 나타난 베드윈 길드의 조문은 이것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만약 조합원 중 누군가에게 마지막 운명이 닥친다면, 각 조합원들은 5번 미사나 영혼을 위한 5편의 시편을 행해야 하고, 30일째 되는 날에는 다섯 덩어리의 빵과 그것에 해당하는 가치의 돈을 내야 한다. 그가 얻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그들의 모임에서 부부들은 영혼을 위해 1페니를 기부해야 한다. 그리고 성일(승천 축일전의 3일간)에는 조합원 2명을 성직자에게 어린 양이나 2펜스를 기부해야 한다. 또 만약 어떤 사람이 거짓으로 조합원을 비난하거나, 길드에서 그를 기만한다면 그는 호박 5개를 보상해야한다·"
이러한 사료들은 초기 길드의 특징이 상호 결속과 결합이라는 길드의 사적 결합 전통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길드의 근원은 이런 성원간의 결합이 우선이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종교상의 축제에 대한 조정과 경영에 관심이 있기도 했으며, 불황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돕기 위해 회원 각자가 낸 기부와 회원을 부양하는데 그들의 전체 책임에 관심을 두기도 했습니다. 위와 같이 작고한 회원의 영혼에 관한 개인의 의무에까지 관심을 두었습니다.
심지어 12세기 초 길드들의 모임에는 복음서와 수많은 노예해방이 동반되었는데, 영국 애보츠버리 지역의 우르키, 돌셋지역의 길드들도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에보츠버리 길드의 법령에는 좀 더 종교적인 가치관이 짓게 반영된 법령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이것을 곡해하면 대재판관이신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다. 그러면 이것들은 Urki와 Abbotsbury 길드조합원들이 하나님의 찬양과 성 베드로의 영광과 그들의 영혼의 욕망을 위해 동의했던 말들이다. 우선 성 베드로 미사 전 3일 동안 각 조합원들로부터 공헌된 1페니와 그에 상응하는 밀은 어떤 것이든지 간에 성직자에 필요가 많다 왜냐하면 축제 전날 밤에 모든 2명의 길드조합원으로부터 자선을 위해 양질의 빵 한 덩어리와 그것과 함께 먹을 만한 것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 베드로 미사 5주전에 각 길드 조합원들은 순수 밀을 가득히 1시스터를 헌납하고 출입료, 다시 말해서 3시스터의 밀을 지불하고… 목재는 옥수수 기부 후 3일내에 지불되어야 한다… 어느 한 사람이 60망리 이내에서 병이 난다면 데려오는데 15명을 보내야 하는데-죽은 자는 30명-이것은 평생 그가 기원했던 곳에 데려다 주기 위한 것이다… 영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그 인원수만큼 보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살펴본 바로 당연히 길드조합이라 부르며 정신적, 세속적인 관심사 모두에 이득이 있다… 세상에 있는 우리를 지켜보시고 죽은 후에 우리의 영혼을 도와주실 그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가지자…"
물론 이러한 상호부조에 기반을 둔 길드의 결속력은 12세기 초가 지나자 그 색깔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길드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었고 각 도시의 상권을 차지함으로 이제는 좀 더 전문화되어 갔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기득권을 차지한 상인길드와 장인길드를 대항하여 직공들이 그들만의 길드를 설립하고 형제회를 결속하는 등 끊임없이 길드 내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위하여 돕고 부조했던 모습을 우리는 사료들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중세 도시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길드에 가입하여 활동했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길드가 단지 이익창출을 위해서만이 아닌, 경제적 활동과 더불어 중세 당시의 중요하게 여겨졌던 가치인 이웃을 향한 선행들, 직접적으로는 길드 구성원들 서로의 삶과 가족들을 돌보도록 했던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복지 제도를 갖춘 사회입니다. 국가 전체 예산의 상당수가 사회복지 예산으로 편성됩니다. 많은 대기업들과 경제력이 탄탄한 기업들 역시도 사내 복지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제도들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함께 살고 있는 이웃들에 대한 물질적 결핍들의 책임들을 국가에 미루는 무책임한 모습을 낳고 말았습니다. 앞서 다룬 것과 같이 길드 내에서 일어난 상호부조 형태의 사회복지 실현은 보다 고대의 것이고 오늘날의 사회보험 형태로 국가적으로 사회복지를 실행하는 것이 현대적인 것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지나치게 사회보험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 예산적으로나 시민들의 의식적으로나 큰 도움이 못되는 것입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더욱이 초창기 많은 길드들이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길드 구성원들끼리 서로의 삶을 섬기며 보살피며 지역의 어려움에 처한 자들을 위한 복지 사업에 일에 힘써야만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현대의 자본주의로 인하여 훼손되고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며, 단지 물질과 돈에 가치를 둔 삶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위한 가치를 보존하며 영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