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뛰어넘을 중세의 제도, 길드
자본주의를 뛰어넘을 중세의 제도, 길드
1. 중세의 길드가 빛낸 가치들
중세에는 이원론적 신앙으로 인하여서 종교적인 것들이 더욱 가치가 있고 세속적인 일들은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기곤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역사적 배경으로 인하여 등장하게 된 길드는 직업의 가치와 노동의 가치를 새롭게 열도록 만들었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생활부터 배워가며 기술을 전수해 받은 도제제도를 기반으로 세워진 길드는 당시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직업과 소명을 향한 여정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세속적이며 경제적인 필요들에 의하여 결성된 것이지만, 그 안에는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기술의 발전, 그 안에서 발견하는 직업의 가치와 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의 가치가 빛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중세의 길드는 목수, 전기공, 배관공 등과 같은 분리된 장인들로 조직된 노동의 노동조합과 유사하지만 그 차이점은 대단히 컸습니다. 근대의 노동조합과는 달리, 장인길드는 노동계급에 엄격하게 국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마스터 장인들은 자본가인 동시에 생산수단의 소유자였으며, 고용자인 동시에 노동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말하자면 다목적을 가진 산업조직으로 근대의 주식회사와 무역협회, 노동조합의 기능을 모두 한데 결합한 조직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길드는 매우 합리적이며 건강한 질서를 세웠음을 우리는 남아있는 자료들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어느 길드는 다음과 같은 규칙을 세우고 엄격하게 지켰습니다.
(1) 원료는 공동으로 구입하고, 선매를 금지한다.
(2) 주인이 고용할 수 있는 직공과 견습공도 일정한 제한(1~3)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
(3) 사용하는 도구의 종류, 수를 규제한다.
(4) 노동시간을 정하는 조조 및 야간의 노동을 금지한다.
(5) 제품이 시장에 반출되기 전에 품질검사를 받고 스탬프를 찍지 않은 물건은 판매를 금지한다.
(6) 공정가격을 정해서 판매한다.
당시의 수공업자들은 유럽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동업조합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위와 같은 규칙들을 엄격히 지켰습니다. 그들은 경제적 팽창만을 꾀하지는 않았으며, 예술적 창의성과 자기 절제라는 규율 속에서 생활했습니다. 또한 주교의 거처이자 도시 성인들을 섬겼으며 이들을 통해 수많은 교회들이 세워졌습니다. 그래서 점차적으로 도시는 종교적 삶의 중심지인 수도원의 지위를 점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영향력으로 인하여서 도시의 성벽 안에 학교와 대학들이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2.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를 해결할 중세 길드의 가치들
앞서 살펴본 길드 내에서 정해진 규칙들은 오늘날의 자본주의 산업사회에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규칙들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중요시 여기는 가치가 워낙 달랐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는 이윤과 자본의 축적이지만, 중세의 길드들은 그것에 가치를 두지 않았습니다. 장인들이 생산해낸 상품들은 돈으로는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것들이었습니다. 장인 밑에서 상품들을 생산했던 직공들의 작품들도 길드 자체의 품질 검사에 통과하지 못하면 판매할 수 없을 만큼 무조건적인 생산과 판매가 아닌, 우수한 품질을 추구했던 것입니다.
또한 공정한 가격을 정해서 판매하는 것만큼이나 오늘날 사고와 부딪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것은 과도한 값을 부여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에 대한 공정한 값을 매길 것을 의미합니다. 소품종 대량생산보다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겠지만, 중세 길드의 전문가들이 상품을 정직하게 생산해내고, 그 질에 있어서도 중요시 여겼던 것처럼 우리도 그와 같이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한다면, 오늘날의 소비자들 역시도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날 그저 노동을 기계의 한 부속품으로 전락시키고, 노동과 노동의 결과물인 상품과 그다지 연관성도 없는 자본주의의 시스템으로부터 다시금 길드의 시스템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모든 사람들이 다양하게 가지고 있는 재능들을 존중하며 발전시킴과 동시에 개인의 소명과 직업의 가치를 중요시 하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할 것입니다.